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돈 때문에 힘들 때 찾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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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아야 낫듯이 재무적 위기에 닥친 서민들이 병원 처럼 빨리 찾아가야 하는 곳이 있다. 고금리 이자로 허덕이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경제적인 자립을 도와주는 곳. 서민금융진흥원이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은 이곳을 병원 또는 119라고 표현한다. 아플 때 의사를, 불이나면 119를 찾듯이 돈 때문에 힘들 땐 상담센터를 하루 빨리 찾아오라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서민금융주치의'라고도 부른다.


 그는 또 소방관의 열정을 자처한다. 재무적 어려움이 닥치면 센터를 찾아오라고도 하면서도 본인이 현장을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소신으로 본인의 취임식 대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현장에서 고객들과 상담을 하는 것으로 대체했을 정도다.

 

 

 실제 이 원장은 지난해 취임식 대신 관악센터를 시작으로 38개의 센터, 29개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85명과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당시 상담한 고객들 대부분이 서민금융뿐만 아니라 금융전반에 대한 정보와 재무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살다보면 누구나 예기치못한 위기라는 돌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는 것 처럼 재무적 어려움도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일이 절대 아니다. 최근에 현장에서 상담한 서민들 모두 채무를 끝까지 책임지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성실한 분들이었는데 자신의 처지를 창피해하고 상담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최근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해 11월 만난 한 학원 사무직 근로자를 회상했다. 학원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중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닫는 날이 많아지면서 월 200만원씩 받던 월급이 50만원까지 줄어 생계가 어려워진 고객이었다.

 


 "고금리 대부업 대출, 현금서비스 등 3000만원이 넘는 채무가 있어 대출이 쉽지 않은 분이었다. 서금원의 맞춤대출을 통해 연 7%대 근로자햇살론을 지원하고 20%가 넘는 고금리대출을 상환해 금융부담을 줄여줬다."

 

 맞춤대출. 이 원장이 서금원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공을 들인 비대면 서비스 중 하나다. 이 원장은 2018년 10월 취임 이후 비대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IT금융이 발전하는 추세에 맞춰 비대면 서비스 구축에 열정을 쏟았다.


 그렇게 비대면 서비스는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직전에 공개됐다. 서금원은 지난해 1월 서금원, 맞춤대출 앱을 각각 출시하고 이어 5월에 서민금융한눈에(검색 서비스)를 내놨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은 서민금융상품을 알아보기 위한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서민금융상품을 사칭한 고금리대출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고령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대면 접촉이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이 맞물려 서금원의 비대면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 들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들이 대출을 많이 알아본 때이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서금원의 맞춤대출 실적을 살펴보면 서금원은 맞춤대출을 통해 지난 한 해 10만7181명에게 1조418억원을 중개지원했다. 2018년 대비 4.6배, 금액은 3.6배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 원장이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이 원장은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해 최근 서민금융 비대면서비스 전담부서인 사이버금융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에 신설한 사이버금융부에서는 우선 서금원 비대면서비스의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 인터넷 급전대출 같은 고금리 대출 혹은 불법사금융, 금융사기 등 피해 예방을 위한 모니터링 및 대응 등 소비자 보호 업무도 적극 수행하려고 한다."


 이 원장의 비대면 확대 만큼이나 강조하는 또 하나의 분야가 있다. '핀테크'다. 이 원장은 지난해 핀테크 협업기업 공개 모집을 통해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중인 뱅크샐러드, 핀다 등과 협업했다. 이를 통해 대출이 거절된 고객들을 상호 연계하고 서민금융서비스에 대한 서민 접점을 강화하는데 힘썼다.

 


 "올해도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서민금융서비스 접근성 강화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오는 3월 협업기업 공개모집을 앞두고 있다. 협업 대상 핀테크기업을 기존 핀테크기업 뿐 아니라 토스, 카카오뱅크 등 인터텟은행 등으로 확대해서 서민들의 접근성을 더 높이고 싶다."

 

 올 하반기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행을 앞두고도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바삐 세우고 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서 대출을 거절당하는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 대출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지다. 


 "올 하반기 최고금리 인하 시행에 앞서 서민금융 지원확대, 고금리 대출 이용자 지원 등 보완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할 계획이다. 저신용자의 자금이용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햇살론17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개편방안을 현재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


 현장에서 발품팔아 소통하는 이 원장에게 코로나19는 더 잔혹하게 느껴졌다. 이 원장이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그는 단연 '현장 소통'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대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에게는 현장 목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에도 사회적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현장방문을 최소화해서 상담을 진행했고 현장방문이 어려우면 전통시장에서 황태, 떡을 구입해 쪽방촌과 노인복지관에 기부하면서 시장 상인들의 매출을 지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부 지침을 준수하면서 가급적으로 방문하지 못한 현장을 찾아가 서민, 취약계층을 상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