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현금 쌓아두자"…코로나19에 현금 인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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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5만원권 제조 발주량 전년比 3배 이상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와 결제가 늘었는데 현금수요는 오히려 급증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현금발행이 일제히 2배 이상 늘었다. 과거 위기와 달리 코로나19는 봉쇄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서 사전에 개인이나 금융기관 모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코로나19가 주요국 화폐 수요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화폐발행잔액 증가세는 지난 2011년 초를 정점으로 둔화됐다가 지난 3월 이후 다시 확대됐다. 주로 5만원권이 발행 증가세를 주도했으며, 올해 3~8월 중 환수율도 20.9%로 지난해 60.1% 대비 급감했다.

 

한은은 올해 5만원권 제조 발주량을 전년보다 3배 이상 크게 늘렸으며, 지난 5월에는 이례적으로 2조원을 추가 발주했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미국·유럽연합·캐나다·일본·중국·호주·뉴질랜드·스위스 등 주요 8개국을 대상으로 최근의 화폐발행 동향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 발발 이후 대체로 각국의 화폐 수요 증가율이 평시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3배 이상에 달하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미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2019년 3~8월 5% 수준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이 올해 3~8월에는 평균 13%(7월 14%, 8월 15%)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1%에 그쳤다. 일부 금융기관 창구에서 거액 현금 인출 수요가 확대되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현금을 인출하는 것보다 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발표한 바 있다.

 

거래를 위한 현금보다는 쟁여두려는 용도가 많았다.

 

미국연준(Fed)이 실시한 소비자 지급수단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현금 보유를 늘렸다고 답한 응답자의 경우, 거래용 현금 보유액은 평균 71%($73 → $125)가 늘었고 예비용 현금 보유액은 평균 427%($178 → $937) 증가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의 고액권 중심의 화폐 수요 증가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호주,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봉쇄 등 조치로 일반의 현금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높아지면서 사전에 현금 재고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재난 등 위기 시에는 현금에 대한 신뢰가 비현금지급수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현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하게 결제를 완료할 수 있고 가치를 안정되게 저장하는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등 경제 불안 상황에서 현금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 있음에 대비해 충분한 발행준비자금의 확보·유지에 더욱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