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이야기]①보증·사채 위기에 IMF 풍파…8년에 걸친 개인워크아웃

 남을 배려하는 성품으로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던 남편과 남을 돕는 것을 좋아했던 A씨. 남편이 임금도 잘 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돈이 급한 사람에게 보증을 서주고 본인 명의로 사채를 얻어 빌려주기 시작하면서 A씨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남편을 아는 사람은 모두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하며 남을 배려하는 성품에 대해 칭찬을 하곤 했어요. 아이들에게도 한없이 자상한 아빠였죠. 하지만 임금을 잘 받지 못하고 남을 쉽게 믿고 곧잘 사기를 당해 가장으로서는 부족한 점도 있었습니다."


 A씨의 남편은 건설현장에서 도목수로 일을했지만 번번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데리고 있는 목수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자 빚을 내기도 수 차례. 하지만 A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실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돈이 급한 지인에게 보증을 서 주기 시작하면서 가정에 풍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A씨는 보증에 이어 본인 명의로 사채를 얻어 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고 싶던 마음이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그들의 잠적이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 믿었던 사람에게 집도 빼았겼다. 초등학생이 된 두 아이와 함께 길바닥으로 내쫓겼다.


 "정말 이때는 두 아이를 데리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갈까도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의얼굴을 보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하면서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살겠다고 다짐하자 A씨의 남동생이 아이들을 돌봐주겠다고 나섰다. 남편과 함께 먹고 잘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야했고 당연히 아이들과 떨어져서 지내야 했다. 남편은 공사판에 뛰어들었고 A씨는 산꼭대기에 위치한 닭볶음탕 식당에서 일을 하게됐다.


 부부는 매일매일 아이들이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는 시간을 약 1년을 보냈다고 한다. 1년간 간신히 방 하나 얻을 정도로 돈을 모았다. 사춘기의 딸아이가 걱정됐고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마른 아들이 추운 겨울에 연탄을 갈고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이 후에 A씨는 백화점 지하식당 분식 코너에 취직을 했다. 월급은 고작 18만원이었다. 첫 월급을 받아오던 날 아들이 너무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A씨는 회상했다. 


 "저녁 8시에 일이 끝나면 아이들이 분식집에 찾아와서 남은 김밥을 먹곤 했어요. 식은 김밥으로도 최고의 외식을 하는 것 마냥 행복해하던 아이들이 그저 고맙고 미안했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서도 A씨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딸이 직장에 취직했고 아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을 때 IMF 외환위기 한파가 찾아왔다. 남편은 불경기로 일거리가 없었고 오십견이 왔다. 수입원이라고는 A씨와 딸아이의 월급이 전부였다. 


 3주 뒤에 군대에 가야하는 아들이 나섰다. 새벽에는 전단지를 돌리고 낮에 수업시간을 피해 장사를 하고 저녁에는 웨이터를 하고 주말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을 했다. 


 "아들은 고1때부터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시작해 한시도 일을 쉰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고3때도 일을 하고있어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처음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숨겨놓은 흙투성이의 체육복을 발견한 날 얼마나 울었는 지 몰라요."


 간신히 IMF를 이겨낸 A씨의 가족. 폭풍은 또 한번 들이닥쳤다. 시댁 친척에게 보증을 서줬는데 돈을 안 갚고 잠적한 것이다. 2년간 카드 돌려막기로 생계를 버텼다. A씨 명의의 카드로 돌려막기가 안되자 딸 카드까지 돌려막기를 이어가며 1년을 더 버텼다. 그러다 딸 카드가 먼저 구멍이 났다.


 "채권추심이 시작돼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던 딸이 회사 옥상에 올라가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들었어요. 아들이 대학원 진학을 위해 모아둔 돈까지 합쳐서 간신히 딸의 채무를 해결했어요."


 자식들이 결혼을 하고도 A씨는 신용불량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아들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이 신용회복위원회다. 2008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개인워크아웃을 시작하면서 온갖 추심에서 벗어났다. 


 개인워크아웃은 개인이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기 전에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거나 만기를 연장해 개인에게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A씨는 장장 8년의 시간을 통해 개인워크아웃 제도를 끝마쳤다.


 "만약 개인워크아웃이라는 제도가 없었으면, 신용회복위원회가 없었으면 제 한 목숨을 끝낼 수 있는 생각까지 않았을까요? 단지 빚을 청산하게 도와줬다는 것을 넘어 제 생명을 구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갈 수 있게 희망의 길을 만들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메트로서민금융이 연재하는 [신용회복이야기]는 신용회복위원회와 함께 역경을 극복하신 채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다시 찾는 희망이야기'를 토대로 작성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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