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 연체율↑...저축은행 업계 "인수합병 요건 완화해야"



조선·자동차 등 지방 거점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지난해 지방 저축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경기 악화에 영향을 받는 지방 저축은행의 인수합병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저축은행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37개 지방 저축은행 중 21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이 증가해 지방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총여신 중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로, 은행이 가진 부실채권의 현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된다.

2017년 대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오른 21개 지방 저축은행은 평균 4.3%포인트가 올랐고, 특히나 대구·경북에 소재한 대원저축은행의 경우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17년 9.59%에서 지난해 52.05%로 42.46%포인트가 증가해 부실위기에 몰렸다.

이는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조선·자동차 등 지방 주력산업이 침체를 겪으면서 고정적인 수입원이 끊기자 대출 원리금 상환에 차질을 빚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중소기업 전반의 체감경기는 지속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85.7로 지난달 대비 0.9포인트 하락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7.5포인트나 하락했다. 이어 중소기업중앙회가 이 달 25일 발표한 '5월 중소기업 경기전망 조사'에서도 5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가 전년 동월 대비 5.4포인트 낮은 87.6으로 조사돼 중소기업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 경기 악화가 저축은행의 부실로 이어진다면 최악의 경우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 저축은행 고객이 맡긴 예금 중 예금자보호를 받는 5000만원을 초과한 금액을 은행이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것.

일각에서는 이에 따라 지방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해 지역경제가 지방 거점 기업의 구조조정 여파를 받으면서, 해당 지역에 소재한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이 높아졌다"며 "지방 저축은행의 생존을 위한 인수·합병 등 재편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인데, 지역 영업권 규제 때문에 인수·합병이 제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대형화 될 경우 한 번 부실이 일어났을 때 대규모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러나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 자체의 체력이 강화됐기 때문에 지방 저축은행의 인수·합병 요건을 완화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당시 저축은행 사태가 일어났던 원인에는 저축은행들이 위험성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보대출 위주로 영업을 했었던 데 있다"며 "그러나 현재는 그보다 안정적인 기업영업이나 중금리 대출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기 때문에 대규모 부실의 우려가 적다"고 덧붙였다.

이어 업계는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합병해 거대화되더라도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데에는 그 지역의 금융 수요를 포용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동은 있을지라도 지역 기반 금융이 소홀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위원회에서도 지역 소재 중소기업과 서민 대출 실적이 우수한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신용공여한도 부담을 낮추는 등 제도 손질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 되더라도 지역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민영기자 hong93@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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