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위한 '회계법인 대형화' 그들만의 리그 될수도…





정부가 기업의 회계감사를 강화하기 위해 회계법인 대형화를 유도하고 있지만 중소회계법인의 합병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1월부터 등록 공인회계사 40명 이상 회계법인만 상장기업 외부감사를 맡도록 한 감사인 등록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중소 회계법인의 합병을 유도해 기업 회계 감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회계법인이 생존하기 위해선 몸집을 불려야 한다고 지적이 나오지만 기존 대형회계법인 등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회계법인과 전문가는 회계법인의 대형화가 곧 감사품질로 연결되지 않는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7일 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합병이 성사된 중소 회계법인은 총 4곳으로 집계됐다. 합병된 법무법인은 한길회계법인(한길+두레, 한길+성신) 회계법인 상지원·대안(상지원+대안), BOD성도이현회계법인(성도+이현)이다. 회계법인의 12월결산법인 감사 업무가 끝나는 3월 말부터 합병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잠잠한 상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위해 지난해 외부감사규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금융위에 등록한 회계법인이라면 어디든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40명 이상 등록회계사를 보유하지 않으면 상장사 감사인으로 등록할 수 없다. 또 회계법인을 회계사 규모에 따라 5개군으로 분류해 각 군에 맡게 외부감사를 맡게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기업의 직전 사업연도 자산을 기준으로 5조원 이상(가군), 1조원 이상 5조원 미만(나군), 4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다군) 등으로 분류하고, 회계법인도 회계사 인력(주사무소 기준)이 600명 이상이면 가군, 120명 이상이면 나군, 60명 이상이면 다군 등으로 분류했다. 당시 금융위는 "회계법인 영업력이 아닌 감사품질 중심의 조직화 필요하다"며 "회계법인 대형 조직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회계법인 안팎에선 회계법인의 대형화는 기존 대형법인의 영업력을 합리화시키는 요인일 뿐이라며 곧 감사품질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공인회계사는 "중소회계법인은 회계사가 20~30명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회계사마다 의견도 달라 합병을 하는 것도, 합병을 하더라도 회계사 인력이 대형법무법인에 비하면 한참 부족해 경쟁에서 밀릴게 뻔하다"며 "수익이 불확실한 투자를 굳이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품질을 위해 인원 수로 규제하는 것은 기존 대형 회계법인 외에는 감사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했다.

실제로 등록회계사수 600명 이상, 감사부문 매출액 500억원 이상의 기준을 충족한 회계법인이 가군의 대형 기업을 감사할 수 있는데 이 기준에 충족되는 회계법인은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 외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품질을 위해 대형화를 추진하더라도 기존의 대형 회계법인만이 감사로 지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임태균 전북대 회계학 교수도 회계학연구회를 통해 "4대 회계법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회계 감사 인프라에 대한 투자비용이 커 회계감사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있고, 그 외 회계법인은 다년간 근무한 회계사가 일정수준의 경험을 통한 감사품질을 달성하고 있어 감사품질의 차이는 발생하지 않는다"며 "무조건 4대 회계법인이 그 외 회계법인에 비해 감사품질이 좋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제한적인 감사인 지정제도 하에서 규모가 큰 회계법인에게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행 감사인 지정방식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2020년 적용될 감사인 지정방식을 공정하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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