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탓에 보험금 세는데…금융당국, 사실상 방치
김희주 hj89@metroseoul.co.kr
2019년 04월 12일(금) 10:52
광주의 한 요양병원. /연합뉴스


장기 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치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요양병원이 여전히 민영보험사에게는 골칫거리다. 의사나 의료법인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요양병원, 일명 '사무장병원'의 과잉진료 등으로 보험금을 편취하는 행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부터 사무장병원 적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신규 사무장병원 개설은 5% 미만으로 줄었으나 부당청구, 보험사기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민영보험사의 보험금 편취 문제는 금융당국이 나서야 하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불법개설 적발기관수는 총 1531개소로 이중 요양병원이 277개에 달한다.

요양병원은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노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기존의 요양시설과 별도로 등장했다.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요양병원은 만성 질병과 기능 장애로 일상생활의 자립도가 저하돼 장기 요양(long-term)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는 병원을 말한다.

요양병원의 급성장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환자유인 및 알선, 본인부담금에 대한 불법 할인 행위, 부당청구 적발, 사무장병원 등 각종 편·탈법 사례가 증가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요양병원 중 8.7%는 사무장병원이다. 요양병원 열 곳 중 한 곳은 사무장병원인 셈이다.

최근 요양병원은 불필요한 장기입원과 허위진료 등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도 '9대 생활적폐' 중 하나로 요양병원 비리를 지목한 바 있다.

요양병원에서 실손의료보험을 보유한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지원하지 않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고 입원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늘면서 민영보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장기손해보험 사기가 전체 보험사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37.1%에서 2016년 38.2%, 2017년 41.7%로 증가추세다. 이는 최근 사무장병원을 중심으로 실손의료보험 관련 사기가 늘어난 영향이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병원에 고용된 전문적 영업전담 인력이 무료 도수치료, 피부미용 시술 등을 미끼로 보험계약자를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모집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는 '사무장 병원'에서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민영보험사는 사무장병원에 입원한 환자일지라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개설 자체가 불법인 사무장병원이라 해도 민영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왔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보공단과 별개로 민영보험사는 환자가 청구한 실손의료보험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형태로 민영보험사에 대한 보험금 편취가 계속될 경우 사무장병원의 과잉진료 등의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모니터링 강화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보험업계와 함께 사무장병원 등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 바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사무장병원에서 누수되는 보험 중 민영보험사는 보험금을 환수할 수 없는 법이 없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희주기자 hj89@metroseoul.co.kr
김희주 hj89@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