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베란다 확장' 필수?…"건설사의 꼼수"
채신화 기자
2018년 11월 28일(수) 15:10
'라온프라이빗' 견본주택 유니트 거실 바닥에 발코니 확장 구간이 표시돼 있다./채신화 기자
'발코니 확장' 추가 비용 부담 반대와 관련된 청와대 국민 청원글 캡처.

-협소한 공간 설계에 베란다 확장 불가피…아파트별 가격도 천차만별 소비자 '불만'
'이곳부터 발코니 확장공간입니다'.(아파트 견본주택 거실·침실 등 유니트 바닥에 발코니 확장 공간을 표시한 문구)
건설사들이 발코니(베란다) 확장이 불가피한 아파트 설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실이나 침실 등을 작게 설계해 소비자들이 확장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 확장 비용을 통해 분양가를 우회적으로 올리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분양한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 비용은 대부분 950만~2000만원(평형 상이) 선에서 책정됐다.
발코니 확장은 지난 2006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합법화돼 아파트 분양 계약에서 입주자가 선택할 수 있는 추가 선택품목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도 발코니 확장을 '선택'으로 생각할까.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새 아파트의 발코니 확장 여부를 묻는 게시글엔 '확장을 안 하면 방에서 대각선으로 자야한다', '애초에 확장을 염두에 두고 집을 설계해 놨다', '방 베란다 폭이 너무 좁아서 확장하는 게 낫다' 등의 의견이 다수 게재됐다. 소비자들에게 발코니 확장은 구조·설계상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도의 A아파트 견본주택을 방문한 김 모씨(37)는 "견본주택에는 발코니가 확장된 유니트만 보여주기 때문에 넓어 보이는데 확장을 하지 않으면 (충분한) 공간이 안 나온다"며 "건설사들이 견본주택 바닥에 발코니 확장 부분을 표시하고 선택권이 있는 것 처럼 말하지만 공간이 워낙 협소해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방문한 견본주택은 모두 발코니 확장형 유니트만 전시했다.
넓은 면적으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려는 생각이지만 일각에선 애초 평면 설계부터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유니트 바닥에 점섬으로 표시된 발코니 확장 경계선을 기준으로 따져 보면 확장을 하지 않을 경우엔 소파, 침대 등을 놓을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서울의 B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방문객 이 모씨는 비확장 침실에 대해 '쪽방 크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상한 등으로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발코니 확장 등 유상옵션 품목을 추가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인터리어업체 관계자는 "붙박이장 등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품목을 옵션으로 둬야 하는데 공간을 좌우하는 발코니 확장을 선택품목으로 두는 건 억지"라며 "애초에 분양 건설사들이 확장형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에 확장을 하지 않아 다른 세대와 다른 평면도를 가지게 되면 불합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지별로 발코니 확장비용도 천차만별이다.

지난 8월 공급한 '노원꿈에그린'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815만원에, 발코니 확장 가격은 타입별로 956만~1103만원이다. 지난달 분양한 이천 '라온프라이빗'의 발코니 확장 가격은 타입별 990만원~155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910만원이다. 이달 공급한 '래미안리더스원'의 발코니 전체실 확장(침실1 제외) 가격은 세대별로 980만~2670만원이며,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 당 4489만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민 청원엔 발코니 확장비 추가 부담을 반대하는 청원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해당 청원자들은 "건설사들이 꼼수로 전체 확장형을 분양하고 옵션인 것처럼 계약하고 있는데 이는 확장이 아닌 증축"이라며 "아울러 발코니 확장 시 건축재료비 등이 더 적게 드는데 입주자에게 비용 부담을 추가하는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채신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