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사회보험 적용 논란…설계사 10명 중 4명 퇴출
김희주 기자
2018년 11월 22일(목) 10:48
보험사 전속 보험설계사 월평균 소득 분포 및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 분포. /유주선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내년부터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 의무화가 예고된 가운데 이를 놓고 비용, 구조조정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말 고용보험위원회를 열어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의결한 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의 김학용·임이자·신보라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적용! 사회·경제적 영향과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유주선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는 특수직종사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은 강제 의무가입보다 시행령을 개정해 현행 자영업자 특례제도의 가입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보험설계사는 진입이 비교적 자유롭고 고용보험의 보호목적인 실업의 의미가 비교적 약하다는 특징이 있으며 자발적인 이직이 대부분이라는 특징이 있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 방식의 임의가입 형태와 유사한 자율적 고용보험 가입 방식이 보다 타당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보험설계사를 비롯한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보험설계사는 본인의 영업방법이나 영업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하는 사업가적 요소를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다"며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계사라는 직업의 본질적 성질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존 고용보험제도 안에 특수직 종사자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방안은 적절치 않다"며 "특수직종사자들이 자영업자 특례규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설계사의 사회보험 적용이 보험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보험사와 독립판매대리점(GA) 소속 설계사 40만7250명 중 22만4492명의 소득을 분석한 결과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고용보험만 의무 도입되면 월 173억7000만원, 4대보험이 의무 도입되면 월 1075억7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 약 16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석 대상자 중 지난해 월소득 20만원(대략 연간 모집계약 1건) 이하 설계사는 3만1133명, 50만원 이하는 5만1138명, 100만원 이하는 7만6480명이다. 이를 전체 설계사로 확대하면 최대 15만7438명(100만원 이하 기준)의 인력 감축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보험설계사의 소득분포는 임금근로자의 소득 분포와는 달리 저소득자가 매우 많다"며 "보험업계 전체 총원으로 설계사의 4대보험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약 40만명에 해당하는 보험설계사 중에서 15만7000명(38.6%)에 해당하는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험설계사 업종에 사회보험이 의무화되면 저소득자의 취업자 지위가 상실될 가능성이 크다"며 "보험설계사에 대해 사회보험을 적용하는 입법화를 추진하게 되면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측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은 "사회보험 의무화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커져 저능률 설계사가 해촉될 것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사회보험이 안전망 기능을 해 무리한 해촉을 방지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업 특성에 맞는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병문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단순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획일적 제도를 도입하면 오히려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이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 반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보험설계사의 직업 특성에 맞는 보호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길 아주대 법학과 교수도 "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입법과 관련해 사회보험의 보호 방안 등의 논의와는 별도로 노동법적 근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별적 보호와 관련해 실태조사 등을 반영해 공통적인 적용 사항과 각 직종별 특수성을 반영한 각 직종에 타당한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만을 위한 맞춤형 고용보험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은 "자영업자 특례규정'을 개선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이 자영업자 방식으로 자율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근로자 방식이나 자영업자 방식이 아니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만을 위한 맞춤형 고용보험제도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보험료부과기준 등 구체적인 제도설계에서 어려움은 사회보험 확대라는 원래 목적을 바꿀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며 "현행법 아래에서는 고용관계를 전제하는 전속성을 폐지하고 일반노동자와 동일하게 기여요건, 소정급여일수를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주 기자